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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과학의 체계와 근본원리

by 코코아100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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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과학 지식 체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한 그루의 나무('철학의 나무' 또는 '과학의 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함.)에 비유했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우리가 생활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경험과학의 구체적 부분들은 나무의 가장 끝부분인 잔가지들에 해당하고, 그 잔가지들이 갈라져 나올 수 있게 하는 기둥 줄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물리학이며, 그 물리학은 뿌리를 이루는 형이상학에 근본을 두고 있다.


'철학의 나무'에서 본격적인 과학이 시작되는 곳은 형이상학이 물리학과 만나는 지면 근처의 지하이며, 유클리드의 다섯 가지 기본 공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과학의 근본적 원리들을 '제1원리들'이라 불렀고, 이 제1원리들로부터 연역에 의해 물리학 밑동을 이루는 기본 법칙들이 도출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물리학의 기본 법칙들로부터 물리학의 다른 부차적인 법칙들이 도출되고, 그로부터 다양한 경험적 과학의 원리나 법칙들이 도출된다고 본 것이다. 이때 제1원리들에서 나무 끝 쪽으로 갈수록 원리나 법칙들의 수가 증가한다. 마치 유클리드의 기하학의 공리 체계처럼 말이다.

 

이상적인 과학이 데카르트의 도식과 같은 체계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근대까지 대부분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제1원리들'이라고 불렀던 것, 즉 모든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근본 원리가 어떻게 얻어지는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되었다.


'과학의 나무'처럼 공리 체계를 이루고 있는 과학 체거에서 근본 원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본적인 것에서 구체격인 것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출 방법이 바로 연역 추론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연역 추론은 결론이 이미 전제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참인 전제를 사용하기만 한다면 추론의 결과가 틀릴 염려가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연역 추론에서는 전제의 참, 거짓 여부가 매우 중요해진다. 전제가 거짓이면 결과 또한 거짓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연역의 출발점이 되는 제1원리가 거짓이라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거짓인 제1원리를 가지고 연역 추론을 하면 결론도 거짓이 되는데, 그 결론은 다시 다른 후속 추론의 전제가 되므로 그 이후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추론들은 모두 거짓인 결론을 내게 된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면 과학 체계 전체가 온통 거짓인 지식들로 채워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요약하자면, 이상적인 과학 체계는 공리 체계와 같아야 한다고 보는 한, 제1원리의 참, 거짓 여부가 전체 과학 체계의 신빙성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이 제1원리 또는 근본 원리가 어디서 오는가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근본 원리가 세워지고 난 후의 지식 도출방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중요한 이견은 거의 없었으므로, '근본 원리가 어떻게 얻어져야 한다'고 보느냐에 따라 과학 방법론이 갈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데카르트는 제1원리들이 선험적으로 온다고 주장했는데, 이렇게 생각한 이들을 '선험주의자'라 한다. 이들과는 대조직으로, 근본 원리들은 귀납에 의해 경험적으로 얻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귀납주의자'라 불린다. 대표적인 귀납주의자로는 베이컨과 뉴턴을 들 수 있다. 이 두 진영이 주장한 방법론을 각각 '선험적 방법론, 귀납적 방법론'이라 한다.


수학과 과학에 남긴 데카르트의 업적


흔히들 데카르트를 경험론의 반대편에 서서 관념론을 주장한 철학자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현대 수학과 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수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데카르트는, 사물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게 해 주는 좌표의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하고 기하학과 대수학을 통합하는 '해석 기하학'을 창시하였다. 직교 좌표계를 '데카르트 좌표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x'를 이용하여 방정식의 미지수를 나타내고 거듭제곱을 쉽게 나타낼 수 있도록 지수법을 고안하여, 후에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법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데카르트는 과학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자신의 수학으로 공학은 물론 광학과 역학의 문제들도 많이 해결하였다. 그는 `스넬의 법칙'으로 알려진 빛의 굴절 법칙도 독자적으로 증명하였으며, 광학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인간의 시각을 해부학적으로 연구하고 망원경과 현미경의 원리까지 연구하였다. 

 

데카르트는 자연이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는 중세적 자연관을 거부하고 자연에서의 변화와 운동이 신의 섭리와는 상관없는 기계적인 것이라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주장하였다. 그는 이 생각을 생물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여 동물의 몸 전체를 많은 기관들로 이루어진 기계로 간주하였다. 그의 기계론적 생리학에 기초한 근대 생리학은 이후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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