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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적 방법론

by 코코아100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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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이 이야기했던 편견 없는 귀납 추론은 과학의 원리(가설)를 형성하는 단계를 구성한다. 그러나 과학 활동은 원리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 과학 철학자인 라이헨바흐는 과학 활동을 크게 두 단계로 나누었다. 그는 원리(가설)가 생기기까지의 과정을 `발견의 맥락', 그리고 그 원리(가설)가 옳음을 보이는 과정을 '정당화의 맥락'이라 표현했다. 이 표현들을 빌어 말하자면 편견 없는 귀납 추론은 귀납적 방법에서 발견의 맥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귀납적 방법에서 정당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정당화란 말 그대로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귀납적 방법론에서도 이 과정에는 연역 추론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모든 금속은 열을 가하면 팽창한다.'라는 원리를 정당화하려면, 우선 그로부터 연역 주론을 통해 '지금 내 앞에 있는 백금 조각도 열을 가하면 팽창할 것이다.'라는 개별 사실을 예측해야 한다. 개별 사실을 예측한 후에는 그와 관련된 실험이나 관찰을 하며 그 예측이 실제로 이루어지는가를 살핀다. 우리의 예에서는 백금 조각에 열을 가하면서 팽창하는지 아닌지를 관찰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예측이 실제 현상과 맞아떨어진다면 이론은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론은 틀린 것으로 판명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종합해 보면, 귀납적 방법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제1단계 (자료 수집) : 관찰과 시험을 성실하게 수행하여 사실들을 편견 없이 수집한다.
제2단계 (일반화) : 편견 없이 수집된 많은 사실로부터 귀납 추론을 통해 그 사실들의 공통점이나 규칙성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가설)를 얻는다.
제3단계 (정당화) :귀납으로 얻은 원리(가설)에서 연역을 통해 개별 예측을 얻고 실험이나 관찰을 수행한 후 그 결과와 예측을 비교하는 시험을 거친다.

여기서 1단계와 2단계가 발견의 맥락에, 그리고 3단계가 정당화의 맥락에 해당한다. 앞서 선험적 방법론을 이야기할 때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 구분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이 구분을 데카르트의 방법론에 적용시켜 보자. 데카르트도 경험 관찰의 중요성을 시인하긴 했지만. 그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제1원리가 도출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 방식이 믿을 만한 선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제1원리가 정당화된다고 보았다. 즉, 데카르트에게 있어 제1원리를 이끌어 내는 절차는 발견의 과정임과 동시에 정당화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본다면 정당화의 맥락을 명시적으로 따로 두었다는 것도 선험적 방법과 구별되는 귀납적 방법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절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듯이, 귀납주의자들이 특히 강조하며 귀납 추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부분은 발견의 맥락이다. 

[용어 설명] 가설
여기서 뉴턴이 지적한 '가설'이란 현상들로부터 유추할 수 없는 사변적 추론에 불과한 것을 말한다. 즉, 경험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선험적 지식에서 출발한 데카르트 식이 추측을 꼬집기 위해 쓴 말로,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의 가설 전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용어 설명] 추론'과 '방법', '방법론'
추론과 과학적 방법, 과학적 방법론을 혼동하면 안 된다. 추론이란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고, 과학적 방법이란 과학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들의 집합이며, 과학적 방법론은 과학적 방법에 관한 견해이다. 따라서 추론 방식은 과학적 방법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연역 추론이 선험적 방법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듯이, 귀납 추론도 귀납적 방법론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요소이지, 귀납적 방법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한편 특정 과학적 방법론은 특정 방법이 옳다는 견해이므로 이 경우 그 방법론과 방법은 종종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귀납적 방법론'은 `귀납적 방법'이 옳다는 견해이므로, 귀납적 방법의 과학 활동'과 '귀납적 방법론에서 본 과학 활동'은 실질적으로 같은 것을 가리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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