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본질에 대한 관점들
과학사를 공부하기 위한 첫걸음은 과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과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면 먼저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이 시작된 시점은 과학의 어떤 면을 본질적인 부분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의 본질에 대한 관점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관점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과학사학자들은 과학을 '인간이 자신의 주변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가지 행동 체계'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도구나 기술도 과학의 본질에 포함된다. 즉 과학과 기술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 과학의 기원은 기술이 출연한 시점이 된다.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과학의 시작은 기원전 3,000년경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전한 과학적 지식은 실용적 성격이 강했다. 회계와 측량, 그리고 건축의 필요성에 의해 수학이 발전했으며, 천문학은 농업, 종교의식, 점성술 등의 필요성 때문에 발전했다.
의학 역시 질병을 치료하여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했다. 특히 당시의 이집트에서는 10진법, 대수학, 달력, 피라미드 제조기술이 발전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2차방정식과 제곱근, 기하학, 천문학에서 큰 발전이 이루어졌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과학을 자연 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지식 체계로 좁게 정의한다. 또 이를 위해 필요한 수학이나 논리학 등을 과학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관점을 가진 과학사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이 과학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과학의 시작과 기술의 시작을 구분한다. 이 관점에서는 과학이란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자연의 원리를 파악하고 이에 의거하여 현상을 설명하려는 활동이고, 한편 기술은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적 지식을 응용하는 것으로 본다.
위의 두 관점들 중 과학을 합리적 사고와 지식 체계로 보는 관점은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의 개념과 비교적 잘 맞는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과학의 시작은 합리적인 사고가 싹트기 시작한 지점이 된다.
합리적 인식
자연에 대한 합리적 인식을 위해서는 자연현상들 사이에 성립하는 규칙성과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어떤 현상이 어떤 원인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가를 밝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찰과 실험 방법이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찰 자료가 없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할 수가 없다.
둘째, 합리적인 추론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 운동의 방식이나 원인 등은 대부분 추상적인 이론이나 법칙의 형태로 기술된다.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나 만유인력의 법칙 등이 그것이다. 이론이나 법칙은 경험적인 관찰 자료들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합리적인 추론 방식이 필요하다. 하나는 경험적인 관찰 자료들을 모은 다음 이를 일반화하는 귀납적 추론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세계에 관한 근본적인 생각을 먼저 정립한 후 이로부터 이론이나 법칙을 끌어내는 연역적 추론 방식이다.
셋째, 추론을 통해 얻은 이론들은 경험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론은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객관적이고 실뢰할 수 있는 관찰과 실험 방법, 합리적 추론 절차와 방법, 그리고 경험적 정당화는 자연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과학의 역사는 자연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이루어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과학을 단순히 물리, 화학, 생물 그리고 지구과학 등과 같은 학문 활동으로 정의하고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역사를 두고 성취한 과학 발전의 산물을 분류한 것이지 과학 자체에 대한 정의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