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학의 시작
서양의 자연철학은 탈레스가 활동했던 시기인 고대 그리스(기원전 6세기경)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탈레스로부터 시작되는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은 그 이전의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첫째,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자연현상을 개별적이고 우연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들은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그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설명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지진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 때문에 일어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탈레스는 대지가 물 위에 떠 있으며, 물의 파동으로 대지가 흔들려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가?' 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데모크리토스로 대표되는 원자론자들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자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들의 원자 개념은 오늘날과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 방법은 자연 현상의 원인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설명하려 했던 그 이전의 신화적 자연관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 일어난 원인과 방법을 규명하려는 오늘날의 과학적 태도와도 잘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자연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들을 가지고 있었던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자연현상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나 이론을 찾아내야 했다.
이들 자연철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논의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연역적 추론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 원리를 추론하고 이를 경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동양과학의 시작
동양과학의 시작은 고대 인디아 문명과 고대 중국 문명의 시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대 인디아 문명의 경우 독자적으로 4원소설과 원자론을 주장하여 이를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에 적용하였다. 또한 십진법이나 삼각법 등 천문학에 필요한 수학이 일찍부터 발달하여 체계적으로 천문 현상을 분석하였다.
고대 중국 문명의 경우에도 이미 춘추전국시대(BC 8세기~BC 3세기)에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자연철학이 등장하여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데 적용되었다. 이 시기에 묵자[BC 470(?)~BC 391(?)]와 같은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자연의 근본 원리에 의거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과학의 경우 특히 서양근대과학의 영향을 받기 전까지 발달했던 자연철학을 전통과학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과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가 된 것은 근대 이후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근대 이전에도 자연철학, 수학, 의학, 천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 현상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있었다.
많은 과학사학자들은 이들이 적용했던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론이 근대 과학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과학은 근대 이전에도 여러 문화권에서 독립적으로 계속 발전되어 오다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체계로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
오늘날 과학과 기술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인식된다. 심지어 과학과 기술을 합쳐서 '과학기술'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과학과 기술이 항상 이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과학과 기술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
고대에서 과학혁명기까지 과학과 기술은 거의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이 시기동안 과학과 기술은 서로 다른 종류의 활동으로 여겨졌다. 자연철학이 자연현상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추구했다면 기술은 인간의 물질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연철학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회 계층에 속해 있었다. 자연철학은 사회의 상층부에 속하는 사람들이 수행했던 반면, 기술은 실제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일로 여겨졌다. 또한 둘 사이에는 상호작용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14~16세기 르네상스와 16~17세기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자연철학자와 기술자가 서로 교류하는 일이 많아졌다. 자연철학자들은 기술자들이 사용하던 실험이나 측정법 등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초기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술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도 기술의 수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었다. 하지만 과학지식이 기술에 응용되거나 기술이 과학의 내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 이전까지는 서로 분리되어 있던 과학과 기술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18, 19세기의 산업혁명을 계기로 과학과 기술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기술자들은 문제를 보다 합리적이고 실험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받아들였다. 또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과학의 영역과 기술의 영역 모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과학과 기술은 경계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오면서 과학과 기술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과학자들은 기술에 새로운 지식과 이론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과학에 경제적 지원을 하기도 하고 또한 산업체 내에 연구소를 두어 자체적으로 과학 연구 활동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제는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과학의 진보는 생각할 수 없고, 과학을 응용하지 않는 기술의 발전 또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상호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